Part 1 (from Instagram)
달리면서 많이 배운다. 그 동안 달리기는 나홀로 하는 것,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runwithjudy 클래스에 참석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주로에서 펼치는 나의 레이스는 여전히 나의 몫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이스를 하는 나는 나만의 결과물일 수 없었다
클래스를 이끄시는 @0923mara 감동님의 지도가 없었다면, 마라톤은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스포츠였을테지. 함께 트랙을 달린 주디스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마라톤을 사랑하지 않았을테지… 함께한 벗들이 없었다면, 난 여전히 부상을 변치 못하는 동네 러너로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나를 이 세계로 이끈 @dduckgguck님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주로에서 보는 주자들마다 각자 최선을 다해 달린다. 나와 함께 추운 겨울, 상큼한 봄, 뜨거운 여름, 그간의 훈련의 효과를 보게 된 가을을 함께 보낸 벗들도 보았다. 저마다 자신이 달릴 수 있는 힘을 다해, 자신만의 페이스로 달렸다. 완주를 했든, DNF(did not finish)로 마무리했든, 같은 길을 저마다 달렸다. 난 달릴 때 머릿속을 비우고 자세만 신경쓰고 달렸건만, 주위를 돌아보니 나만 나를 위한 레이스를 달린 것 아닌가 싶도록 빛나는 우정과 애정을 볼 수 있었다. 달리기를 같은 취미로 한다는 공감대만으로 주자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자니 문득 내 자신이 작고 부끄럽다.
페이스 메이커로 자청해 친구를 이끌어주거나, 뒤로 처진 친구를 기다려준다거나, 달리는 친구를 기다리며 지켜보는 이들이나 모두 한마음으로 다들 완주하기를 바라는 마음, 안타까운 순간을 지켜보는 마음이 알알이 느껴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뛰었던가. 그냥 나 자신이 이기적인 존재같아 숨고 싶다. 나중에라도 이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둔다.
그나저나, 배번을 바지에 있는 배번 고리에 걸었더니… 아내님이 부끄러워 가렸냐고 놀리고… 처진 뱃살은 어쩔… 다음엔 배번으로 가려야지… 그래도 기록은 기록이니까… 🫥
Part 2
벌써 열흘하고도 이틀이 지났구나…
비가 와서 힘든 레이스였다고 한다. 완주율이 60% 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대회에서 목표였던 서브4를 상회하는 350(3시간 50분)으로 들어왔으니 올해는 가을의 전설을 이뤘다.
동마보다 47분을 떙겨서 들어왔다!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즐겁다. 뛰는 내내, 서늘하고 습했다. 그런 날씨를 좋아하는 탓인지 내게는 뛰기 좋은 조건이었고, 취침 전 발바닥에 바른 바세린 덕인지, 젖은 발도 그리 많이 불어오르지 않았다.
“어? 이 페이스면 이쯤에 지쳐야 맞는데?”라는 생각이 들만큼 스태미너도 좋았다. 한 해 동안 런위드주디 수업을 들으면서 정말 많이 기량이 늘었다. 감동님께 참 감사하다.
그리고, 참이슬 작가님이 런위드주디 수업 때 찍어준 연속 샷을 계속 보면서 왼발만 아픈 까닭을 갑자기 알았기 때문에 왼발의 보폭을 일부러 줄여서 뛰었다. 나에겐 “유레카!”의 순간.
왼발이 오버스트라이드하면서 뒷꿈치로 착지하는 게 정강이 부상의 원인이었다. 오른발은 상대적으로 미드풋에 가깝다. 아마 골반이 틀어져 그런 것같은데, 밸런스 운동을 하고 보폭을 교정하면 더 나이질 것 같다.
사과꽃 누님은 이번에 10K 레이스를 달리다 양화대교 위에서 2분간 앉아 있었다고 했다. 누님도 생각이 많이 복잡하셨던 것같다. 그저 달리기의 즐거움을 잘 찾으시기를 바랄 뿐.
런위드주디 서울팀 + 과기대팀
런위드주디 과기대팀
달리기의 즐거운 추억을 심어준 런위드주디, 그리고 과기대팀. 사람 하나하나가 참 귀하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