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고난주간의 시작. 고난주일을 맞이하면 매년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억하며 성지(聖枝)를 들고 제대 주변을 돈다. 예수님을 환호하는 당시의 사람들처럼, 성지를 들고 환호하는 예식을 치루다보면, 내가 예수님에게 투사한 욕망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빵을 달라는 구호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더 나아가 윤택한 삶을 바라고, 성공을 꿈꾸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일터.
예루살렘 무리에 뒤섞여 그분을 환호하는 나는 이내 산헤드린에 붙잡혀 빌라도에게 넘겨진 예수를 보며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해방할 분으로 여겼던 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나는 그분을 버릴 것인가?
고난주간을 맞아 성당에서 받아온 성지를 십자가에 걸어두었다. 십자가에 걸어둔 성지는 바라볼 떄마다 나의 그릇된 욕구와 욕망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러다가 재의 수요일을 맞이하여 성지를 거두어가면 알몸으로 드러난 예수의 십자고상은 또 질문을 던질 것이다. "너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