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그덕 삐그덕 시작부터 지연된 하루. 오늘은 무엇을 하겠다고 자기 전에 생각해둔 일들을 꾸역꾸역 해내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어제도 못한 운동을 오늘도 거르기는 거시기했다.
체육관에서 단체 운동을 해본 게 손에 꼽는다.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채운 날이 되었고, 미트를 대주며 엉뚱한 컴비네이션을 치라는 나놈과, 움직이지 않는 손이 파트너에게 미안했다. 미트를 잡아본 첫날이라 변명해도 미안했다. 복싱은 잽과 크로스, 훅, 어퍼컷의 조합이다. 어떻게 상대방의 허를 찌를지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미트를 대주니 나의 얄팍한 컴비네이션은 금새 밑천을 드러내고 만다. 아무 생각 없이 주먹을 내며 운동해온 셈이다. 그러잖아도 셰도우 복싱을 하며 빈곤한 나의 상상력을 한탄했는데, 숨길 수가 없구나.
일하는 습관은 어떠한가. 일에도 컴비네이션이 있다. 숙련된 전문가라면 맥락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건만, 모자라다. 근 몇년 간 나의 일하는 습관은 정체되어 있다. 나이만 먹고, 새로운 스킬을 익히지 못하고 게걸음만 하고 있는 듯해서 답답하다.
관성으로 굴러가는 하루를 바꿔보자. 목적 의식 없이 닥친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P 타입의 단점을 메꿔보자. P 타입의 장점이 융통성이라지만, 그 융통성도 구슬을 꿸 수 있는 실이 있어야 가치가 있다. 목적 없이 헤메는 삶을 바꿔보자.
이제 어떤 실을 찾아야 하나? 목적에 맞는 실은 뭐가 있을까?